입력: 2012-01-26 15:53:19 / 수정: 2012-01-26 15:53:20
세계 1위 클라우드서비스 '드롭박스' 드루 휴스턴 CEO
시간이 돈을 번다
모든 회원에 2GB 무료 저장공간
5000만명 중 유료회원 20만명…작년 매출 2억4000만달러
애플도 두렵지 않다
애플 '아이클라우드' 서비스 출시
더 많은 저장공간 제공하지만 OS 한계로 드롭박스 추격 못해
시간이 돈을 번다
모든 회원에 2GB 무료 저장공간
5000만명 중 유료회원 20만명…작년 매출 2억4000만달러
애플도 두렵지 않다
애플 '아이클라우드' 서비스 출시
더 많은 저장공간 제공하지만 OS 한계로 드롭박스 추격 못해
드롭박스는 전 세계 1위 클라우드서비스 업체다. 클라우드란 웹(web)에 자료를 저장해 놓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태블릿PC 등으로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드롭박스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000만여명. 이 중 유료 회원은 20만여명으로 단 4%에 불과하다. 회원 중 96%가 돈을 안내는 무료회원이지만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2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드루 휴스턴(28)은 지난해 11월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 단 한명의 신규 회원이 생기지 않더라도 우리의 매출은 두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적은 유료회원으로부터 이처럼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비결은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의 양도 많아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사업에 응용한 덕분이다.
○“추억이 쌓일수록 돈은 불어난다”
드롭박스는 회원들에게 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2GB(기가바이트)의 용량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회원은 매달 10달러를 내면 50GB로 용량을 늘릴 수 있고, 매달 20달러를 내면 100GB까지 늘릴 수 있다.
휴스턴은 회원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모바일 기기가 발달할수록 더 많은 유료 회원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원이 20대 때 찍은 사진들은 2GB의 용량에 모두 저장해 놓을 수 있지만, 그가 30~40대가 되면 사진들이 너무 많이 쌓여 용량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이 대중화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사진을 찍거나 더 많은 문서 작업을 할 것이고, 이는 클라우드서비스 이용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휴스턴은 설명했다. 그는 “지금도 매일 3억2500만여개의 파일이 드롭박스에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벤처투자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드롭박스를 가장 주목받는 신생기업 중 하나로 만들었다. 휴스턴은 드롭박스 창업 이듬해인 2008년 75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40억달러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전문 인터넷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해 정보기술(IT) 분야의 10대 신생기업을 뽑으며 드롭박스의 이름을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이어 5위에 올렸다.
○‘컴퓨터 천재’의 인문학적 감수성
휴스턴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다섯살 때 IBM 컴퓨터를 분해하면서 놀았다”고 말했다. 14살 때는 한 온라인 게임 회사의 베타서비스(게임을 출시하기 전 시험삼아 테스트 해보는 것)에 참가했다가 네트워크 상의 오류를 발견한 공로로 이 회사의 네트워크 프로그래머로 채용되기도 했다.
고등학교 사서였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컴퓨터에만 매달리는 것을 못 마땅해 했다. 휴스턴은 “어머니가 프랑스어를 배우게 했고, 운동도 많이 시켰다”며 “여름 방학에는 뉴햄프셔 등으로 놀러가 아예 컴퓨터를 못 만지게 했고,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월반을 시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이런 어머니의 노력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휴스턴은 MIT에 들어가 컴퓨터를 전공했다. MIT를 나온 많은 컴퓨터 천재들이 기술적으로만 접근해 창업했다가 실패한 것과 달리 그는 ‘추억’이란 감수성으로 접근해 드롭박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휴스턴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생이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기억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는 드롭박스를 만들어 낸 것이다.
휴스턴이 처음 드롭박스를 고안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2006년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컴퓨터 저장장치인 USB메모리를 집에 놓고 온 것을 깨달았다. 뉴욕에 도착한 그는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는 가상 기억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듬해 출시된 드롭박스는 ‘드롭박스 미(dropbox me·클라우드 서비스에 파일을 올리다)’란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클라우드 서비스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가장 강한 적(敵)은 애플’
휴스턴은 “애플의 아이클라우드가 가장 큰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드롭박스와 비슷한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를 출시했다. 드롭박스가 제공하는 무료 용량이 2GB인 반면 아이클라우드는 5GB다.
하지만 아이클라우드는 애플이 만들었기 때문에 스마트폰 중에는 아이폰만 지원한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드롭박스는 대부분의 운영체제(OS)를 지원한다. 컴퓨터의 경우 윈도 맥OS 리눅스 등을, 스마트폰은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윈도모바일폰 블랙베리 등에서 쓸 수 있다. 휴스턴은 “예전에는 사람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한개만 갖고 다녔지만 앞으로는 2~3개를 갖고 다니게 될 것”이라며 거의 대부분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호환이 되는 드롭박스가 생존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휴스턴은 최근 대만 HTC와 제휴를 맺어 HTC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에 드롭박스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휴스턴은 “또다른 6개 휴대폰 제조업체와 협상 중이며, 앞으로 컴퓨터나 TV를 만드는 회사들과도 제휴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롭박스는 올해 기업공개(IPO)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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