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중독 끔찍 85억 뿌리치고 월가 떠난 사나이

"돈 중독 끔찍" 85억 뿌리치고 월가 떠난 사나이

 [조인스]
빈곤층 돕는 NGO 운영자
샘 포크 전 헤지펀드 매니저
INYT 기고, 가장 많이 본 기사 1위
기사입력: 01/21/2014 15:56
월가의 헤지펀드 매니저에서 NGO 대표로 변신한 샘 포크. 돈에 중독됐던 삶에서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사진 샘 포크 홈페이지]
월가의 헤지펀드 매니저에서 NGO 대표로 변신한 샘 포크. 돈에 중독됐던 삶에서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사진 샘 포크 홈페이지]
연초가 되면 미국 뉴욕의 월가에서는 보너스 잔치가 열린다. 그 보너스가 한 사람당 많게는 수백만 달러(수십억원)에 이른다. 포기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20일자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INYT)에 ‘나는 돈을 사랑했다(For the Love of Money)’라는 기고문이 실렸다. 헤지펀드 매니저에서 비영리단체 운영자로 거듭난 샘 포크(34)가 썼다. 그는 정확히 4년 전 이맘때 800만 달러(85억원)의 보너스를 포기하고 월가를 떠났다. 그가 월가를 박차고 나가게 된 과정이 기고문에 담겨 있다.

 포크는 22살에 크레디스위스에서 인턴십을 시작하면서 금융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1년 뒤 미국의 아이비리그 명문인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미국 내 최대 규모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입성한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 왔던 부자가 되기 위해서다. 그의 아버지는 싱크대 판매원이었고 어머니는 간호사였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는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한다.

 트레이더로 일했던 그는 첫해 보너스로 4만 달러를 받는다. “돈을 인출하면서 처음으로 통장 잔고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됐다”고 당시를 떠올린다. 씨티은행으로부터 2년 동안 175만 달러의 연봉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20대 중반에 그는 월세 6000달러짜리 아파트에서 살았다. 이후 포크는 헤지펀드 매니저로 자리를 옮겨 승승장구한다. 2년차에 그가 받은 보너스는 150만 달러였다.

 하지만 그에게 돈은 아무리 많이 벌어도 충분치 않은 것이었다. 포크는 심리상담사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놓는다. 상담사는 “당신이 대학 때 약물과 술에 중독돼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돈에 중독됐다”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마음 속 상처(inner wound)를 치료하는 데 돈을 좀 더 써보라고 한다. ‘마음 속 상처’라니, 포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던 그가 월가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가 찾아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는 금융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었다. 포크는 주변에 “전체 시스템을 위해선 규제도 필요하다”고 얘기했지만 동료는 오히려 화를 냈다. 그는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돈을 잃을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월가를 떠나기는 쉽지 않았다. 돈이 사라진다는 게 두려웠다. 2010년 서른 살의 포크는 360만 달러의 보너스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회사는 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800만 달러를 내걸었다. 그 순간 “돈에 중독됐다(I was addicted)”는 사실을 깨닫는 포크는 결국 월가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는 “대학에서 약물과 술에 중독됐던 것처럼 돈에도 중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포크가 홀로서기를 하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그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그로서리십스(Groceryships)’라는 비영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식료품 장학재단(scholarships for groceries)’이라는 뜻. 돈을 기부받아 빈곤층에 먹거리를 무료로 제공해 주면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포크는 “훨씬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기고문 마지막에 이런 제안을 덧붙였다. “매년 받아가는 보너스의 25%를 모아 그 돈이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맹렬하게 좇았던 그 돈’으로 말이다. 이 칼럼은 이날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위에 꼽혔다. 그는 “내가 ‘충분히 ’ 부자라고 생각한다면 돈에 중독된 게 아니다”고 판별법을 얘기해준다. 곧 누군가에게는 거액의 보너스가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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