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업을 통제·관리하는 중국식 네트워크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이런 ‘IT 전체주의’의 세계적인 확산이 두렵다.”
세계적인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화상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민주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폭발적인 감염을 두고 “나를 포함한 여러 학자가 1월 말에 경고했는데도, 당국은 움직이지 않았다”며 “전문가를 싫어하는 정치 아마추어 트럼프는 국가지도자로서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12일 요미우리가 전한 인터뷰 내용을 발췌했다.
최악의 피해와 조우하는 건 빈국들
“귀추는 단언할 수 없지만, 과거 세계적으로 유행한 역병을 보면 3가지를 예상할 수 있다. 첫째, 빈국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지금은 유럽과 미국의 심각한 상황이 주목받지만, 종국엔 아프리카와 남미의 가난한 나라들이 습격당할 것이다. 둘째, 감염병은 종식하게 마련이다. 치료법과 백신은 확실히 개발될 것이고, 나는 그 시기를 1년 반 이내로 본다. 셋째, 세계 경기의 후퇴다. 감염 확산을 막으려는 긴급 조치로 감산이나 생산 중단을 한 결과다. 다만 ‘두 번째 파도’가 오지 않는다면 연말쯤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냉전기 소련 닮은 중국의 유언비어
“문제는 중국이다. 2002년 중국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하게 이번에도 야생동물을 취급하는 시장이 발생원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초동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국제사회에 보고도 늦게 했다. 전 세계로 감염을 확산시킨 책임은 무겁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정권은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로 ‘미군이 바이러스를 중국에 옮겼다’는 유언비어를 흘렸다. 미·소 냉전 시절 소련이 ‘에이즈는 미국의 정보기관이 만들었다’고 중상모략한 것과 같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네트워크 전쟁 미국 추월하려는 중국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넷 월드(Net world: 인터넷으로 연결돼 네트워크화된 세계)’에서 패권을 다툰다. 선전(深?)과 항저우(杭州)가 전진기지다. 나는 최근의 미·중 대립을 미·소 냉전에 이은 ‘제2차 냉전’으로 본다. 그 핵심 전장이 네트워크인 셈이다. 중국은 전자상거래·검색엔진·소셜미디어 등에서 미국과 격차를 좁혔고, 몇 분야에선 이미 앞질렀다. 인터넷결제 처리 능력이 한 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이런 IT 기업을 통제·관리한다. IT 기업은 전자상거래 이력 등을 통해 개인 신용도를 수치화하는데, 정권이 이를 입수해 개인 감시에 활용한다. 이른바 ‘IT 전체주의’ 체제다. 중국식 네트워크를 통한 IT 전체주의의 세계적인 확산이 우려된다.”
민주주의 ‘2차 냉전’선 승리 보장 없어
“코로나 사태가 초래한 지정학적 영향은 두 가지. 우선 유럽연합(EU)의 약화다. 회원국은 EU의 설립 이념인 ‘자유로운 이동’에 반해 국경을 봉쇄했다. 연합체가 아닌 국민국가가 위기 대응에 유효하단 것을 인정한 것이다.
다음은 미·중 냉전의 악화다. 코로나19 사태와 얽혀 민주주의와 IT 전체주의 중 어느 쪽이 승기를 잡는지가 중요해졌다.
구미 각국은 도시 봉쇄 등 강경책을 주저하다가 감염을 확산시켰다. 반면 중국은 사적 권리를 무시한 강경책으로 성공했다. 이것이 최종 결과라면 IT 전체주의가 정당성을 얻게 된다.
미·소 냉전기보다 트럼프의 미국은 매력을 잃었다. 반면 시진핑의 중국은 옛 소련보다 매력적으로 보인다. 민주주의가 제2차 냉전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코로나19로 ’민주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튜브 캡처]](https://t1.daumcdn.net/news/202004/15/joongang/20200415000302963knz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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