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는 꼴찌에서 2등을 도맡아 했고, 중학교 때는 유급을 당했다. 유급당할 때까지 공부 못하는 게 창피하지도 않았고 공부를 안 하는 게 잘못된 것인지도 몰랐다. 부모님께선 야단치지 않으셨다. “두 번은 그렇게 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셨을 뿐이다. 머리 잘 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마음 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가르치셨고, 집에는 부모님이 초대한 다양한 손님들이 북적였으며, 가족은 늘 집에 모여서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나눴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공부에 흥미가 없었으나,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환상적인 강의를 하는 수학 선생님을 만났다. 그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음을 나누는 것을 부모님께 보고 배웠고, 수학에 흥미를 느끼자 야학에서 배우지 못한 어른들을 대상으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가르치는 일이 참 재미있고 보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잘 알려진 조벽 교수의 이야기다. 미국 미시간공과대학에서 20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창의력을 위한 혁신센터와 학습센터의 소장, 학생성공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한국에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에게 ‘인성이 실력’임을 강의하며 희망 멘토로 살고 있는 조벽 교수를 만났다.
중학교 때부터 해외에서 40년간 살면서 지구를 100바퀴도 더 돌았다. 많은 나라를 방문하고 여러 나라에 가서 살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놀라운 것도 신기한 것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두 문장이었다. ‘실력이 없으면 인성이라도 좋아야지!’, ‘공부해서 남주냐?’
“실력과 인성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인성이라는 것은 실력 없을 때나 필요한 것, 실력자 옆에서 빌붙어 살기 위해서 필요한 어떤 처세술이 아닌데 말이지요. 실력은 오로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걸까요? 공부와 실력은 이렇게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한국 학생들의 교과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하지만 사회성·협동심 등 인성 관련 지수에서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어요. 부모를 버리고, 아이를 버리는 모든 문제는 모두 교육에 투자한 대로 거두는 것입니다. 우리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인성 교육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양로원 신세 되는 것, 자업자득이에요.”
한국이 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인들의 최대 장점은 뭐든 빨리빨리 하는 것입니다. 인성 교육에 대한 거대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어요. 대기업에서도 스펙 대신 인성을 보겠다고 합니다. ‘실력 없으면 인성이라도 갖춰야지’에서 ‘인성이 없으면 실력이라도 갖춰야지’로 바뀌고 있어요. 하지만 둘 다 틀렸어요. 인성 그 자체가 실력입니다. 인성은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실력입니다. 이때까지 한국 대기업의 성공전략은 천재 한 명이 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최고로 실력이 우수한 사람들을 확보하는가가 관건이었죠. 그러나 천재경영 시대는 끝났어요. 새로운 성공전략으로서 ‘집단지성’이 필요해요. 다양한 실력과 재능이 있는 여러 명이 함께 어울려서 일을 해야만 해결할 수 있어요. 세계적인 창업자들, 스티븐 잡스나 빌 게이츠 모두 혼자 일하지 않았어요. 팀워크, 파트너십으로 해낸 거예요. 타인과 더불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성공이 진정한 성공이죠. 이처럼 협력과 집단지성이 중요한 시기에 인성은 자신을 조율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초 능력이자 성공과 행복의 밑바탕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집단지성이 부족한 게 문제인가요.
“우리는 팀워크를 기막히게 잘하는 민족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한국의 집단은 ‘3연’의 집단이라는 겁니다. 학연·지연·혈연으로 똘똘 뭉친 집단은 자기끼리는 서로 신뢰하고 충성하고 배려하고 돌보지만, 집단 밖은 오히려 해치기까지 하죠. 다양한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같이 일해야 합니다.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한 생각이 나오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남과 더불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데, 이것이 바로 인성입니다.”
한국 학생들의 인성과 관련된 능력이 세계 꼴찌라고 했는데, 대안은 무엇인가요.“놀랍게도, 인성과 관련된 지표에서 3등을 한 항목이 있습니다. ‘도덕지식’입니다. 무엇이 옳고 바른 것인지 잘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나오지 않는 게 문제죠. 이건 전 세계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벌주는 방법, 강압적이고 엄격한 규칙을 강요하는 방법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미국의 연방정부가 대대적인 연구를 해봤어요. 다 효과가 없었습니다. 감정을 움직여야만 가능합니다.”
인성 교육의 목표이자 실천 전략으로 제시하시는 ‘삼율’, ‘육행’에 대해 말해주세요.
“삼율은 자기 조율, 관계 조율, 공익 조율을 뜻합니다. 자기 조율은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는 것이죠. 자기 조율의 목표는 스스로 선택의 여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여지에서 생각과 감정이 통합되고 조율되는 거지요. 관계 조율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사는 것입니다. 관계 조율은 어른이 아이에게 보여줘야 가능해요. 아이에게는 보호해주고, 지지해주고, 코칭해주는 어른이 필요하잖아요? 공익 조율은 공동체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넘는 보다 큰 가치와 의미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능력이죠. ‘육행’은 실천 전략이에요. 첫째 ‘자율인’은 자신을 알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며, 외부 자극에 대한 본인의 자극을 선택하는 것이고, 둘째 ‘합리’는 선택의 여지를 지니고 감성과 이성의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셋째 ‘긍정심’은 긍정적 요인과 결과를 보는 시각을 지니고 결과를 창조하는 심적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이고, 넷째 ‘감정 코칭’은 본인의 감정을 잘 표출하고 표현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죠. 다섯째 ‘입지’는 의지를 자신보다 더 큰 곳에 두고 혁신하는 것이고, 마지막 ‘어른십’은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고 나눔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감정 코칭’이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것 같아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이 많습니다. 그랜티 연구라고 미국 하버드대생들과 빈민촌 청년들을 대상으로 72년간 동시에 비교실험을 했어요. 하버드대 졸업장은 첫 번째 직장은 보장하지만 인생 보장은 해주지 않습니다. 두 그룹에서 모두 마약중독자, 범죄자가 다 나옵니다. 인생행복을 보장하는 건 명문대 졸업장이 아니에요. ‘관계 조율’ 능력이 가장 중요한 실력인데, 이것을 위해서는 자기 조율 능력이 필요하잖아요. 어떻게 하면 누군가 나에게 자극을 주더라도 곧바로 동물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고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을까요? ‘6초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이성과 감성이 조율되는 시간이 6초래요. 머리와 가슴이 일치되고 조화를 이루고, 감정을 적절하게 표출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발휘되는 시간입니다.”
6초, 짧은 것 같지만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매우 긴 시간입니다.
“6초의 여유를 얻는 과학적인 방법이 있어요. 프로들은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모두 심호흡을 하잖아요. 심호흡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6초예요. 미국에서는 군인들한테 6초 심호흡을 가르쳐요. 심호흡을 통해서 생각과 감정을 연결시키는 거죠. 심장과 허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심호흡으로 심장과 허파가 조절되고, 신체리듬이 생성돼서 나의 감정을 조절해줘요. 그리고 생각으로 넘어가죠. 감정과 생각이 연결됨으로써 내가 선택을 잘 할 수 있고, 좋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거예요.”
나는 ‘욱하는 성격이지만 뒤끝 없는 쿨한 성격이다’ 이런 말 하는 사람은 쿨한 게 아니라 인성이 부족한 사람이겠군요.
“욱하는 성격은 자기가 안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표출시키는 나쁜 습관일 뿐이에요. 아랫사람에겐 욱하는 성격의 사람이 자기보다 높은 사람 앞에서는 찍소리 못하죠? 그건 나쁜 습관인 거예요.”
‘관계 조율’도 과학적인 방법이 있나요.
“그럼요. 흔히 부부가 성격차이 때문에 이혼을 한다고 하잖아요. 한 연구자가 3600쌍의 부부를 연구해 보니 아니었어요. 성격차이 때문에 싸우다가 이혼하는 부부들도 있지만, 그 성격차이 때문에 더 잘 사는 부부도 있다는 겁니다. 통계학적으로 5대 5래요. 나이 차이도, 자녀와 돈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부부 한 쌍을 3분에서 5분만 관찰해 보면, 이 부부가 10년 안에 이혼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를 94% 정확하게 예측해낼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도 있어요.”
부부가 이혼에 이르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바로 ‘말’입니다. 세상에는 다가가는 말과 멀어지는 말이 있는데, 멀어지는 말이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마음 문을 닫아버리게 하죠. 그러면 소통이 단절되고 관계가 단절돼요. 그 말에 네 가지 독이 존재해요.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라는 독이에요. 이 독은 꼭 입으로 뱉어야지만 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독을 마음에 품는 순간 얼굴에 다 나타난대요. 소위 93%가 얼굴 표정, 행동으로 나타나요. 그래서 마음을 여는 대화를 해야 해요. 소통의 핵심이 경청과 공감이잖아요? 그런데 경청(傾聽), 공감(共感)의 한자를 보면 마음 심(心) 자가 들어가 있어요. 마음을 여는 게 핵심이에요. 그리고 가슴에 새겨듣는 거예요. 이것은 많은 연습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실력이에요.”
미시간공과대학교 ‘명예의 전당’에 조벽 교수 사진이 3개 올라 가 있다고 들었어요. 최우수교수상 두 번, 공로상 한 번. 원래 교육자가 되는 게 꿈이었나요.
“꿈은 없지만 꿈 같은 유년기를 보냈죠. 초등학교 시절은 반에서 꼴찌에서 2등을 했고, 중학교 때는 성적이 나빠서 유급을 당했죠. 대학교 시절에는 학사경고를 받은 적도 있어요. 한마디로 학교 공부와는 별 관계가 없던 학생이었죠.”
180여개 대학에서 교수에게 특강을 한,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의 이력으로는 특별하네요.
“저는 유급당할 때까지 공부 못하는 게 창피하지도 않았고 공부를 안 하는 게 잘못된 것인지도 몰랐어요. 부모님께선 야단치지도, 걱정하지도 않으셨기 때문이죠. 그저 건강하고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는 게 최고라고 하셨어요. 그러고는 친구와 나눠 먹을 과자를 챙겨주셨죠. 무슨 일을 하든 어른들 눈에 벗어나지 말고 친구의 신뢰를 잃지 말라는 당부만 하셨어요. 그리고 남에게 도움을 줄 줄도 알아야 하지만 도움을 청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셨죠. 머리 잘 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마음 쓸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었어요. 그런데 유급을 당했을 때 처음으로 아버지께서 한마디 하셨어요. ‘두 번은 그렇게 하지 말라’는 당부였고, 어머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아버지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이었죠. 그게 다였지만 제게는 충분한 메시지였어요.”
인성 교육은 자신을 조율할 줄 알고 공감할 줄 아는 ‘진정한’ 어른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하시는데요, 부모님이 좋은 모델이셨네요.
“아버지가 내과 의사였어요. 1960년대에 미국에 유학 가서 독특하게도 ‘열대의학’을 전공하셨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동양 최고의 메디컬센터 내과 의사로 일하셨는데, 라디오 토크쇼 진행을 하시고 말씀을 참 잘하셨어요. 항상 바쁘셨죠. 한국에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자메이카 정부에서 아버지를 초청해서 온 가족이 이주를 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자메이카에서 다녔죠. 자메이카에 가니까, 완벽한 가족 중심의 삶이 시작됐어요. 저녁과 주말은 온전히 가족과 함께 보냈죠. 아버지는 1918년 출생이니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끝없이 들려주셨어요. 일제강점기, 6·25 이야기…. 다양한 손님을 집에 초청해서 음식을 대접하고 대화를 많이 나누셨는데,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뱃사람, 웨이터로 일하는 사람…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실 때 그 이야기 듣는 재미가 너무 컸어요. 레퍼토리가 같았지만 수백 번 들어도 재밌었죠. 부모님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을 보고 배우며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잘 사는 방법을 몸소 보여주셨고, 내가 따라해 볼 기회를 주셨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셨죠. 마음(心)이 살아있는(生) 교육이 바로 인성(人性) 교육인 거지요. 인성 교육이 제대로 되어야 비로소 인간이 진정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니까요.”
공부 안 하는 아이가 교수가 되기까지, 영향을 미친 선생님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늘 하얀 셔츠에 까만 정장 바지를 입는데요, 고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이 이렇게 입고 강의를 하셨어요. 그분 덕분에 수학에 눈을 떴어요. 감탄이 나와요. 칠판에 완벽한 동그라미, 완벽한 직선을 그리는 분이었죠. 유급생이 들어도 흥미를 느끼도록 귀에 쏙쏙 들어오게 정말 재밌게 가르치셨어요. 그분의 강의법이 너무 신기했고,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때부터 공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야학에 가서 수학을 가르치게 되었죠.”
최고의 교수법을 그때 배우신 거군요. 그리고 부모님을 통해서 어릴 때부터 인성 교육을 잘 받으셨고요. 대학 때부터 공부에 매진한 건가요.
“대학에 가서도 노는 버릇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죠. 여러 과목에서 F학점을 받았어요. 이때도 부모님께서는 꾸중을 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스스로 창피하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두 번은 유급을 당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무엇이 옳고 그른가, 적절하고 부적절한가에 대한 부모님의 판단 기준은 어느새 내 안으로 들어와 있었어요. 친구들과 건강하게 뛰놀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조율을 하고, 타인과의 관계 조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고,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공익 조율의 가치관도 얻게 된 셈이죠.”
기계공학자가 교육학, 심리학을 다 섭렵하고 교수법의 최고 권위자가 되셨어요. 항상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말씀을 하시니까 믿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었어요. 공대에서 다른 교수들은 관심 갖지 않는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학생들의 상담자로 나서니까 학교에서 학생성공센터·학습센터·혁신센터를 제게 맡겼고, 저는 전문성을 더 갖추게 되었죠. 성공센터에서 학생들을 훈련시키다 보니까 답은 인성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그때 자기 조율, 관계 조율, 공익 조율의 중요성을 확신하고 학문적 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시스템도 구축하고요.”
공대 교수니까 인문사회학을 공학적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데 유리했을 것 같아요.
“센터를 운영하니까 경험과 확신이 생기고, 정말 아이들이 성공하는 걸 눈으로 보게 되었죠. 사례가 쌓였고, 학문적 이론이 현실이 되는 걸 모두 지켜봤죠. 미국에서는 공대 졸업하기가 무척 어려워요. 44% 정도가 5년 안에 졸업을 하죠.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키니까 학생들이 다 떨어져나가요. 어떡하면 학생들이 졸업하고 장기적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성공할까? 고민하던 학교가 학생성공센터를 만들고, 신입생 때부터 미래에 이 아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끄는 상담과 프로그램을 실시했죠. 그랬더니 졸업률이 급상승했어요. 흑인·스페인 계통·인디안 계통 아이들이 학습에 가장 취약해서 거의 졸업을 못했었는데, 나중엔 80~90%까지 졸업에 성공했어요. 그 아이들은 롤 모델이 없었던 겁니다. 입학은 했는데, 기초학력도 부족하고 목표도 없고요. 그 아이들에게 자기 조율을 가르쳤죠. 기초학력을 다지게 하고, 어떻게 공부하고 생각할 것인지, 시간 관리법 등을 상담을 통해서 가르쳤죠. 지금보다 조금 더 큰 비젼을 갖게 해주고요. 이 아이들을 롤 모델로 만들어야 후배들이 보고 배우니까요.”
지금도 학생들의 멘토링을 계속하고 계시고, 2015년에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최고 멘토링 상’을 받으셨어요.
“3년 전부터 한국장학재단에서 매년 10명의 대학생들이 제게 멘토링을 받았어요. 그들에게 여러분들이 받은 멘토링을 많은 이들에게 나눠주면 어떻겠나? 제안을 했더니, 절반이 참여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들이 생각해 내야 돼요. 나는 장소를 제공하고 지켜볼 뿐이죠. 활동자금은 최우수 멘토링 상으로 받은 상금 100만원입니다. 나는 말로 가르치지 않아요. 첫 모임 때, 15명이 신발을 벗고 들어오니 집 현관이 신발로 엉망이 됐어요. 저는 조용히 나가서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두었죠. 다음 모임부터는 스스로 신발 정리를 하고 들어오더군요. 인성 교육은 ‘보여주는 것’입니다.”
<인성이 실력이다>, <조벽 교수의 인재 혁명>,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 등 조벽 교수가 저술한 책에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사례와 구체적 실천법이 제시되어 있다. 40년 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걸 극복할 수 있는 한국인의 장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근거 있는 희망을 준다. 조벽 교수가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잘 알려진 조벽 교수의 이야기다. 미국 미시간공과대학에서 20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창의력을 위한 혁신센터와 학습센터의 소장, 학생성공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한국에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에게 ‘인성이 실력’임을 강의하며 희망 멘토로 살고 있는 조벽 교수를 만났다.
중학교 때부터 해외에서 40년간 살면서 지구를 100바퀴도 더 돌았다. 많은 나라를 방문하고 여러 나라에 가서 살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놀라운 것도 신기한 것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두 문장이었다. ‘실력이 없으면 인성이라도 좋아야지!’, ‘공부해서 남주냐?’
한국이 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인들의 최대 장점은 뭐든 빨리빨리 하는 것입니다. 인성 교육에 대한 거대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어요. 대기업에서도 스펙 대신 인성을 보겠다고 합니다. ‘실력 없으면 인성이라도 갖춰야지’에서 ‘인성이 없으면 실력이라도 갖춰야지’로 바뀌고 있어요. 하지만 둘 다 틀렸어요. 인성 그 자체가 실력입니다. 인성은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실력입니다. 이때까지 한국 대기업의 성공전략은 천재 한 명이 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최고로 실력이 우수한 사람들을 확보하는가가 관건이었죠. 그러나 천재경영 시대는 끝났어요. 새로운 성공전략으로서 ‘집단지성’이 필요해요. 다양한 실력과 재능이 있는 여러 명이 함께 어울려서 일을 해야만 해결할 수 있어요. 세계적인 창업자들, 스티븐 잡스나 빌 게이츠 모두 혼자 일하지 않았어요. 팀워크, 파트너십으로 해낸 거예요. 타인과 더불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성공이 진정한 성공이죠. 이처럼 협력과 집단지성이 중요한 시기에 인성은 자신을 조율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초 능력이자 성공과 행복의 밑바탕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집단지성이 부족한 게 문제인가요.
“우리는 팀워크를 기막히게 잘하는 민족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한국의 집단은 ‘3연’의 집단이라는 겁니다. 학연·지연·혈연으로 똘똘 뭉친 집단은 자기끼리는 서로 신뢰하고 충성하고 배려하고 돌보지만, 집단 밖은 오히려 해치기까지 하죠. 다양한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같이 일해야 합니다.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한 생각이 나오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남과 더불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데, 이것이 바로 인성입니다.”
한국 학생들의 인성과 관련된 능력이 세계 꼴찌라고 했는데, 대안은 무엇인가요.“놀랍게도, 인성과 관련된 지표에서 3등을 한 항목이 있습니다. ‘도덕지식’입니다. 무엇이 옳고 바른 것인지 잘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나오지 않는 게 문제죠. 이건 전 세계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벌주는 방법, 강압적이고 엄격한 규칙을 강요하는 방법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미국의 연방정부가 대대적인 연구를 해봤어요. 다 효과가 없었습니다. 감정을 움직여야만 가능합니다.”
인성 교육의 목표이자 실천 전략으로 제시하시는 ‘삼율’, ‘육행’에 대해 말해주세요.
“삼율은 자기 조율, 관계 조율, 공익 조율을 뜻합니다. 자기 조율은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는 것이죠. 자기 조율의 목표는 스스로 선택의 여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여지에서 생각과 감정이 통합되고 조율되는 거지요. 관계 조율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사는 것입니다. 관계 조율은 어른이 아이에게 보여줘야 가능해요. 아이에게는 보호해주고, 지지해주고, 코칭해주는 어른이 필요하잖아요? 공익 조율은 공동체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넘는 보다 큰 가치와 의미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능력이죠. ‘육행’은 실천 전략이에요. 첫째 ‘자율인’은 자신을 알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며, 외부 자극에 대한 본인의 자극을 선택하는 것이고, 둘째 ‘합리’는 선택의 여지를 지니고 감성과 이성의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셋째 ‘긍정심’은 긍정적 요인과 결과를 보는 시각을 지니고 결과를 창조하는 심적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이고, 넷째 ‘감정 코칭’은 본인의 감정을 잘 표출하고 표현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죠. 다섯째 ‘입지’는 의지를 자신보다 더 큰 곳에 두고 혁신하는 것이고, 마지막 ‘어른십’은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고 나눔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감정 코칭’이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것 같아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이 많습니다. 그랜티 연구라고 미국 하버드대생들과 빈민촌 청년들을 대상으로 72년간 동시에 비교실험을 했어요. 하버드대 졸업장은 첫 번째 직장은 보장하지만 인생 보장은 해주지 않습니다. 두 그룹에서 모두 마약중독자, 범죄자가 다 나옵니다. 인생행복을 보장하는 건 명문대 졸업장이 아니에요. ‘관계 조율’ 능력이 가장 중요한 실력인데, 이것을 위해서는 자기 조율 능력이 필요하잖아요. 어떻게 하면 누군가 나에게 자극을 주더라도 곧바로 동물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고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을까요? ‘6초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이성과 감성이 조율되는 시간이 6초래요. 머리와 가슴이 일치되고 조화를 이루고, 감정을 적절하게 표출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발휘되는 시간입니다.”
“6초의 여유를 얻는 과학적인 방법이 있어요. 프로들은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모두 심호흡을 하잖아요. 심호흡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6초예요. 미국에서는 군인들한테 6초 심호흡을 가르쳐요. 심호흡을 통해서 생각과 감정을 연결시키는 거죠. 심장과 허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심호흡으로 심장과 허파가 조절되고, 신체리듬이 생성돼서 나의 감정을 조절해줘요. 그리고 생각으로 넘어가죠. 감정과 생각이 연결됨으로써 내가 선택을 잘 할 수 있고, 좋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거예요.”
나는 ‘욱하는 성격이지만 뒤끝 없는 쿨한 성격이다’ 이런 말 하는 사람은 쿨한 게 아니라 인성이 부족한 사람이겠군요.
“욱하는 성격은 자기가 안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표출시키는 나쁜 습관일 뿐이에요. 아랫사람에겐 욱하는 성격의 사람이 자기보다 높은 사람 앞에서는 찍소리 못하죠? 그건 나쁜 습관인 거예요.”
‘관계 조율’도 과학적인 방법이 있나요.
“그럼요. 흔히 부부가 성격차이 때문에 이혼을 한다고 하잖아요. 한 연구자가 3600쌍의 부부를 연구해 보니 아니었어요. 성격차이 때문에 싸우다가 이혼하는 부부들도 있지만, 그 성격차이 때문에 더 잘 사는 부부도 있다는 겁니다. 통계학적으로 5대 5래요. 나이 차이도, 자녀와 돈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부부 한 쌍을 3분에서 5분만 관찰해 보면, 이 부부가 10년 안에 이혼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를 94% 정확하게 예측해낼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도 있어요.”
부부가 이혼에 이르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바로 ‘말’입니다. 세상에는 다가가는 말과 멀어지는 말이 있는데, 멀어지는 말이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마음 문을 닫아버리게 하죠. 그러면 소통이 단절되고 관계가 단절돼요. 그 말에 네 가지 독이 존재해요.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라는 독이에요. 이 독은 꼭 입으로 뱉어야지만 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독을 마음에 품는 순간 얼굴에 다 나타난대요. 소위 93%가 얼굴 표정, 행동으로 나타나요. 그래서 마음을 여는 대화를 해야 해요. 소통의 핵심이 경청과 공감이잖아요? 그런데 경청(傾聽), 공감(共感)의 한자를 보면 마음 심(心) 자가 들어가 있어요. 마음을 여는 게 핵심이에요. 그리고 가슴에 새겨듣는 거예요. 이것은 많은 연습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실력이에요.”
미시간공과대학교 ‘명예의 전당’에 조벽 교수 사진이 3개 올라 가 있다고 들었어요. 최우수교수상 두 번, 공로상 한 번. 원래 교육자가 되는 게 꿈이었나요.
“꿈은 없지만 꿈 같은 유년기를 보냈죠. 초등학교 시절은 반에서 꼴찌에서 2등을 했고, 중학교 때는 성적이 나빠서 유급을 당했죠. 대학교 시절에는 학사경고를 받은 적도 있어요. 한마디로 학교 공부와는 별 관계가 없던 학생이었죠.”
180여개 대학에서 교수에게 특강을 한,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의 이력으로는 특별하네요.
“저는 유급당할 때까지 공부 못하는 게 창피하지도 않았고 공부를 안 하는 게 잘못된 것인지도 몰랐어요. 부모님께선 야단치지도, 걱정하지도 않으셨기 때문이죠. 그저 건강하고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는 게 최고라고 하셨어요. 그러고는 친구와 나눠 먹을 과자를 챙겨주셨죠. 무슨 일을 하든 어른들 눈에 벗어나지 말고 친구의 신뢰를 잃지 말라는 당부만 하셨어요. 그리고 남에게 도움을 줄 줄도 알아야 하지만 도움을 청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셨죠. 머리 잘 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마음 쓸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었어요. 그런데 유급을 당했을 때 처음으로 아버지께서 한마디 하셨어요. ‘두 번은 그렇게 하지 말라’는 당부였고, 어머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아버지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이었죠. 그게 다였지만 제게는 충분한 메시지였어요.”
인성 교육은 자신을 조율할 줄 알고 공감할 줄 아는 ‘진정한’ 어른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하시는데요, 부모님이 좋은 모델이셨네요.
“아버지가 내과 의사였어요. 1960년대에 미국에 유학 가서 독특하게도 ‘열대의학’을 전공하셨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동양 최고의 메디컬센터 내과 의사로 일하셨는데, 라디오 토크쇼 진행을 하시고 말씀을 참 잘하셨어요. 항상 바쁘셨죠. 한국에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자메이카 정부에서 아버지를 초청해서 온 가족이 이주를 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자메이카에서 다녔죠. 자메이카에 가니까, 완벽한 가족 중심의 삶이 시작됐어요. 저녁과 주말은 온전히 가족과 함께 보냈죠. 아버지는 1918년 출생이니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끝없이 들려주셨어요. 일제강점기, 6·25 이야기…. 다양한 손님을 집에 초청해서 음식을 대접하고 대화를 많이 나누셨는데,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뱃사람, 웨이터로 일하는 사람…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실 때 그 이야기 듣는 재미가 너무 컸어요. 레퍼토리가 같았지만 수백 번 들어도 재밌었죠. 부모님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을 보고 배우며 자랐습니다. 부모님은 잘 사는 방법을 몸소 보여주셨고, 내가 따라해 볼 기회를 주셨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셨죠. 마음(心)이 살아있는(生) 교육이 바로 인성(人性) 교육인 거지요. 인성 교육이 제대로 되어야 비로소 인간이 진정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니까요.”
공부 안 하는 아이가 교수가 되기까지, 영향을 미친 선생님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늘 하얀 셔츠에 까만 정장 바지를 입는데요, 고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이 이렇게 입고 강의를 하셨어요. 그분 덕분에 수학에 눈을 떴어요. 감탄이 나와요. 칠판에 완벽한 동그라미, 완벽한 직선을 그리는 분이었죠. 유급생이 들어도 흥미를 느끼도록 귀에 쏙쏙 들어오게 정말 재밌게 가르치셨어요. 그분의 강의법이 너무 신기했고,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때부터 공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야학에 가서 수학을 가르치게 되었죠.”
최고의 교수법을 그때 배우신 거군요. 그리고 부모님을 통해서 어릴 때부터 인성 교육을 잘 받으셨고요. 대학 때부터 공부에 매진한 건가요.
“대학에 가서도 노는 버릇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죠. 여러 과목에서 F학점을 받았어요. 이때도 부모님께서는 꾸중을 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스스로 창피하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두 번은 유급을 당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무엇이 옳고 그른가, 적절하고 부적절한가에 대한 부모님의 판단 기준은 어느새 내 안으로 들어와 있었어요. 친구들과 건강하게 뛰놀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조율을 하고, 타인과의 관계 조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고,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공익 조율의 가치관도 얻게 된 셈이죠.”
기계공학자가 교육학, 심리학을 다 섭렵하고 교수법의 최고 권위자가 되셨어요. 항상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말씀을 하시니까 믿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었어요. 공대에서 다른 교수들은 관심 갖지 않는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학생들의 상담자로 나서니까 학교에서 학생성공센터·학습센터·혁신센터를 제게 맡겼고, 저는 전문성을 더 갖추게 되었죠. 성공센터에서 학생들을 훈련시키다 보니까 답은 인성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그때 자기 조율, 관계 조율, 공익 조율의 중요성을 확신하고 학문적 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시스템도 구축하고요.”
공대 교수니까 인문사회학을 공학적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데 유리했을 것 같아요.
“센터를 운영하니까 경험과 확신이 생기고, 정말 아이들이 성공하는 걸 눈으로 보게 되었죠. 사례가 쌓였고, 학문적 이론이 현실이 되는 걸 모두 지켜봤죠. 미국에서는 공대 졸업하기가 무척 어려워요. 44% 정도가 5년 안에 졸업을 하죠.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키니까 학생들이 다 떨어져나가요. 어떡하면 학생들이 졸업하고 장기적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성공할까? 고민하던 학교가 학생성공센터를 만들고, 신입생 때부터 미래에 이 아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끄는 상담과 프로그램을 실시했죠. 그랬더니 졸업률이 급상승했어요. 흑인·스페인 계통·인디안 계통 아이들이 학습에 가장 취약해서 거의 졸업을 못했었는데, 나중엔 80~90%까지 졸업에 성공했어요. 그 아이들은 롤 모델이 없었던 겁니다. 입학은 했는데, 기초학력도 부족하고 목표도 없고요. 그 아이들에게 자기 조율을 가르쳤죠. 기초학력을 다지게 하고, 어떻게 공부하고 생각할 것인지, 시간 관리법 등을 상담을 통해서 가르쳤죠. 지금보다 조금 더 큰 비젼을 갖게 해주고요. 이 아이들을 롤 모델로 만들어야 후배들이 보고 배우니까요.”
지금도 학생들의 멘토링을 계속하고 계시고, 2015년에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최고 멘토링 상’을 받으셨어요.
“3년 전부터 한국장학재단에서 매년 10명의 대학생들이 제게 멘토링을 받았어요. 그들에게 여러분들이 받은 멘토링을 많은 이들에게 나눠주면 어떻겠나? 제안을 했더니, 절반이 참여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들이 생각해 내야 돼요. 나는 장소를 제공하고 지켜볼 뿐이죠. 활동자금은 최우수 멘토링 상으로 받은 상금 100만원입니다. 나는 말로 가르치지 않아요. 첫 모임 때, 15명이 신발을 벗고 들어오니 집 현관이 신발로 엉망이 됐어요. 저는 조용히 나가서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두었죠. 다음 모임부터는 스스로 신발 정리를 하고 들어오더군요. 인성 교육은 ‘보여주는 것’입니다.”
<인성이 실력이다>, <조벽 교수의 인재 혁명>,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 등 조벽 교수가 저술한 책에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사례와 구체적 실천법이 제시되어 있다. 40년 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걸 극복할 수 있는 한국인의 장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근거 있는 희망을 준다. 조벽 교수가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원문보기:
http://m.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1603291147351&code=116#csidx2c9c3d88f7b0327bafc8ce97b79d9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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