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 마다 거짓말 하루에 200번

[빅데이터 읽어주는 남자]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고학년이 되자 신학기 첫 숙제로 가훈(家訓)을 적어 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반 아이 중 몇몇은 뼈대 있는 양반 가문 출신일지 몰라도, 대개는 낯선 도시에 올라와 그리 넉넉지 않게 살아오던 사람이 훨씬 더 많던 시절이라 저마다 급조해온 가훈이 많았습니다. 그중 유독 많았던 것이 '정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거짓말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유난히 강조하던 때라서 가훈이라기보다 아이에게 주고 싶은 훈육의 말을 대신 써 온 것이라 짐작합니다. 이런 교육을 받은 우리는 거짓말이 인간관계를 악화시키고 그 사람에 대한 신용을 떨어뜨리는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각인하게 됐습니다.
말들의 긍정률
거짓말에 대해서 연구해 온 심리학자 폴 에크만 캘리포니아대(UCSF) 명예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8분마다, 하루 200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 설마 그 정도일까 싶지만 아침에 아내가 묻는 "나 요즘 살찐 것 같지 않아"에 "절대 아니지"라고 대답한 것부터, 1주일 내내 "오늘 점심 청국장 어때"라고 묻는 상사의 질문에 "너무 좋죠"라고 말한 것, 그리고 저녁 부서 회식에서 취한 나머지 "여러분 모두 사랑해요"라고 외친 것까지 하나하나 세어 보면 까만색이건 하얀색이건 꽤 많은 거짓말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듯합니다.

이런 수많은 말 중 어떤 말이 긍정적인지 알고 싶어 데이터 속 거짓말과 다른 말들의 긍정률을 비교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거짓말보다 좋은 말도 당연히 있지만, 상대적으로 나쁜 말도 상당히 많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긍정적인 말로는 '인사말'이나 '따뜻한 말'과 같이 누가 봐도 좋은 말들이 있습니다. 예상외로 '빈말'도 꽤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상사에게 "오늘 넥타이 멋지신데요"라고 이야기한 것이 바로 빈말의 좋은 사례입니다.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아는 빈말이지만, 듣는 사람은 기분 좋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짓말보다 나쁜 말은 무엇이 있을까요? '뒷말' '모진 말' '말 바꾸기' '막말' 등이 있더군요. 말로 천냥 빚을 갚기도 한다는데 이런 말본새는 오히려 더 큰 빚을 지는 데 일조하는 지름길입니다. 메신저 단톡방에 초대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다른 사람에 대해 말하는 사이버 괴롭히기가 바로 뒷말이고, 상대를 무시하고 내가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비논리적인 표현이 바로 막말입니다.

거친 표현으로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뇌는 모두 상처를 받는다고 합니다. 위계와 권위를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는, 진정으로 위아래 없는 평등한 세상의 아름다운 말들을 꿈꿔 봅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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