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모 아니면 도
February 18, 2014 Leave a comment
* 이 글은 엘리 핑켈 (Eli J. Finkel) 노스웨스턴 대학 (Northwestern University) 심리학과 & 경영대학 교수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입니다.
오늘날 결혼은 과거에 비해서 더 나아졌나요, 아니면 나빠졌나요?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체로 다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나빠졌다고 말하는 이들은 이혼이 증가하고 도덕성이 해이해진 것을 근거로 듭니다. 반대로 나아졌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혼율이 증가한 것은 오히려 개인의 선택이 존중 받는 방향으로 결혼 제도가 진화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합니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결혼에 대한 세 번째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 1년간 결혼에 관한 학계의 연구들을 꼼꼼히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제가 처음에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은 “둘 다”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결혼에 대한 만족도나 이혼율에서 보자면 평균적으로(average) 결혼은 과거보다 더 나빠졌습니다. 하지만 최고의(best) 결혼은 결혼 만족도나 개인의 삶의 질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과거보다 훨씬 더 나아졌습니다.
왜 좋은 결혼 생활과 그저 그런 결혼 생활의 격차가 과거에 비해 커진 걸까요? 우리 연구팀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날 미국 사람들의 결혼에 대한 기대치는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고 개인이 파트너와의 관계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수만 있다면 정말 높은 질의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결혼 생활은 자신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게 되고 이는 불만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결혼은 점점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결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혼 제도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자들은 결혼 제도의 발전을 세 가지 단계로 나눕니다. 첫 번째는 제도 결혼(institutional marriage)의 시기로 미국 건국부터 1850년대까지입니다. 이 당시 결혼은 식량 생산과 안식처 제공, 그리고 폭력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배우자가 감정적 교감이 있다면 좋은 것이었겠지만 이 부분은 결혼 생활의 핵심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는 우애 결혼(companionate marriage)의 시기로 1850년대부터 1965년까지를 지칭합니다. 이 시기의 결혼은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나눌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 시기는 산업화, 도시화와 맞물려 미국인들의 삶이 농촌에서 도시로 확장된 시기와 겹칩니다. 미국 사회가 부유해지고 사회적 제도가 공고해지면서 이제 단순히 생계의 필요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위해서 결혼을 찾는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1965년 이후 현재까지 우리는 자기 표현적 결혼(self-expressive marriage)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결혼을 자기 발견, 자존감, 혹은 개인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반문화(countercultural) 조류를 경험하면서 미국인들은 결혼을 제도로 인식하기보다는 개인의 성취를 이뤄줄 수 있는 선택적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더 나은 남자로 만들어요(You make me a better man)”와 같은 영화 속 대사가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결혼의 의미가 이렇게 변화하면서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도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합니다. 사회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와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대화를 나누거나 같이 취미 활동을 하는 부부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3.5배나 자신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부부 사이에 공통 친구가 많은 경우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더 나은 결혼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오늘날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결혼 시간에 더 적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1975년에 비해 2003년에 미국의 부부들은 훨씬 적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자녀가 없는 부부의 경우 일주일 동안의 부부만의 시간(spouse time)이 1975년 35시간이던 것이 2003년 26시간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감소한 것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있는 부부의 경우 1975년 주당 부부만의 시간이 13시간이던 것이 2003년에는 9시간으로 줄었는데 이는 양육에 드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경제적 계층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1960년대에는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의 이혼율에 큰 차이가 없었던 반면, 1980대 부터는 큰 격차가 나타났습니다. 1975년과 1979년 사이에 결혼한 커플 중에서 결혼 후 10년 안에 이혼한 확률은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부부의 경우 28%였고 대학 졸업장을 가진 부부의 경우 18%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과 1994년 사이에 결혼한 커플들의 10년 내 이혼율을 보면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부부는 46%, 대학 졸업장이 있는 부부의 경우는 16%로 30%나 차이가 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결혼의 의미를 덜 중요하게 생각한다거나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결혼 생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들에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닙니다. 1980년대 이후 소득 불평등을 강화시켰던 요인이 결혼 생활의 양극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저소득층의 미국인들은 생계를 유지하느라 배우자와 보내는 시간이나 좋은 결혼 생활 유지를 위해 쓸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이혼율이 증가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경제 불평등을 줄이고 가족 친화적인 직장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정부 정책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부부들이 할 수 있는 노력들도 있습니다. 커플들은 자신들의 여가 시간을 적절히 조절해 부부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면 기대치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나쁜 소식은 사회 경제적 지위나 개인적 선택이 부부 관계에 투자하는 시간이나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 우리들의 결혼 생활은 기대치에 못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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