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범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의 힘에 대해서 분석하는 방송을 했다. 방송 중에 두가지 사진이 참 인상이 깊었다.
첫번째 사진<사진1>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때 찍혔던 지하철 안의 사람들의 모습니다. 이 사진은 상황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다. 화재로 인해 연기가 지하철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다지 당황하지 않아 보인다. 아마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며 연기 속에서도 가만히 앉아있지 않았을까? (1) 다들 가만 있는데 나도 괜찮겠지, (2) 지금까지 괜찮았는데 별 문제 있겠어, (3) 큰 문제라면 담당자가 알겠지, (4) 정말 급하면 그때 빨리 대피하면 되지.
<사진 1>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때 지하철 안에 모습
하지만 이 사진을 보면서 내 마음은 너무나 답답했다. “아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빨리 소리를 질러야지! 빨리 119에 전화해야지! 빨리 문을 열고 대피 해야지!” 왜냐하면 나는 이 이후의 참사를 알기 때문이다. 이 사진에 찍힌 분들이 잠시 후에 불구덩이 속에서 고통하셨던 일을 알기 때문이다. 마치 지옥이 이와 같을까 할 정도로 사람들은 좁은 지하철 안에서 뒤엉켜 불길과 연기 속에서 죽어 갔다.
다큐프라임에 등장한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나는 가만히 있지 않았을텐데’생각하지만 막상 그 상황에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선택을 한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의 힘이다."
상황을 바꾸는 힘
두번째 사진<사진2>은 사람들이 함께 지하철을 밀고 있는 사진이다. 이 사진의 배경은 이렇다. 2003년 10월 13일 신당역에서 지하철이 갑자기 멈추어 섰다. 그 이유는 선로에 사람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하철이 갑자기 멈출수가 없어서 사람을 지나치게 되었고 다행히 사람이 지하철에 깔리지는 않았지만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작은 공간에 끼게 되었다. 지하철을 움직일수도 없고 사람이 움직일수도 없는 아주 위험한 순간이었다.
<사진2> 2003년 신당역의 기적
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그 사람을 구출할려면 이 지하철이 옆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 하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지하철을 밀기에 사람의 힘은 터무니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한 사람이 외쳤다. “이거 한번 밀어 봅시다” 그리고 지하철을 옆에서 밀기 시작했다. 당연히 지하철은 끔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장면을 지켜보면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함께 지하철을 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지하철은 옆으로 밀리고 그 사이에 끼어있던 사람이 나올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결국 그는 구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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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진을 보면서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특히, 요즘에 여러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는 이 왜곡된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상황의 힘: 집단의 무서움
우리도 이 사회라는 집단 속에서 상황에 이끌려 살아가고 있다. 존스토트 목사님이 제자도 1장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다원주의 (예수의 유일성의 부재), 물질주의 (돈과 안정의 추구), 윤리적 상대주의 (각자가 옳음의 기준), 나르시즘 (자기 사랑, 개인주의) 등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 들인다. 남들이 다 그렇게 살아가니깐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의 영적인 삶(지하철) 안으로 스며들어오고 있는 죽음의 연기와 같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쩌면 알면서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뭐 별일 없겠지..”
상황을 바꾸는 힘: 공동체의 힘
이 사회 집단이 성도들에게 미치는 힘은 너무나 크고 강하다. 다큐멘터리에서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누구나 그 상황에 들어가면 똑같이 행동하게 된다. 성경적 상식과 행복이 아니라 힘이 요구하는 지시(세상의 방식)를 따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여기게 된다.
이 왜곡된 세상을 거슬러 올라가고 바꾸는 힘은 개인의 힘이 아닐 것이다. 성경 말씀을 상식으로 살아가는 성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의 힘일 것이다. "함께” 말도 안되는 지하철을 밀기 위해서 손을 대고, “함께” 힘을 다해서 밀기 시작할때에 지하철(세상)은 움직이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세상(상황)속에 있지만 순응하지 않고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는 교회 공동체들의 모습이다.
이 세상에서 소금과 빛이 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것도 아니고 능력이 필요한것도 아니다. 마음을 나누며 그리스도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우리"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그런 "우리"를 만들어 가는 것은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보다 훨씬 더 유익하고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빌 2:15-16, 개정) 『[15] 이는 너희가 흠이 없고 순전하여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세대 가운데서 하나님의 흠 없는 자녀로 세상에서 그들 가운데 빛들로 나타내며 [16] 생명의 말씀을 밝혀 나의 달음질이 헛되지 아니하고 수고도 헛되지 아니함으로 그리스도의 날에 내가 자랑할 것이 있게 하려 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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