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남미국가 우루과이 대통령의 사저 밖에는 빨래가 내걸려있다. 물은 잡초가 무성한 마당에 있는 우물을 퍼서 쓴다. 집을 지키는 것은 두 명의 경찰과 다리 하나를 잃은 그의 개 마누엘라가 전부다.

BBC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77)의 이야기를 15일 소개했다.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정치인들이 유권자들과 괴리된 채 부유한 삶을 산다는 불평이 적지 않지만, 무히카 대통령은 다른 길을 택했다.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사택에서 그의 유일한 재산인 낡은 자동차와 함께 찍은 사진. (출처: imgur.com)


2010년 우루과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대통령궁에서의 화려한 삶을 멀리했다. 대신 수도 몬테비데오 근교의 부인 소유 농장에서 기거하며 직접 화초를 가꾼다.

대통령으로서 받는 급여는 대부분 기부에 쓴다. 월급여의 약 90%에 해당하는 1만2000달러(약 1300만원)를 빈곤층과 소상공인을 돕는 자선단체에 건넨다. 그의 손에 남는 월소득은 우루과이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인 약 775달러 정도이다. 때문에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내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다”면서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서 그가 가진 재산은 1987년산 폭스바겐 비틀(감정가 1800달러)가 유일했다. 올해 신고에서는 부인이 소유한 토지와 트랙터, 주택 감정가의 절반을 합쳐서 21만달러 정도가 됐다. 전임 대통령 타바레 바스케스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하다.

무히카 대통령은 쿠바혁명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1960~70년대 우루과이 좌파 무장게릴라운동 투파마로스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총격을 6번 당했고 14년간 복역하다가 1985년 우루과이가 민주화되면서 사회로 복귀했다. 그는 당시 옥중생활이 자신의 인생관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전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난한 사람들은 사치스런 삶을 살면서도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느라 노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진 재산이 많지 않다면 가진 것을 유지하려고 노예처럼 일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을 위한 시간은 더 많아지지요. 남들 보기에 내가 정신나간 늙은이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건 선택의 자유일 뿐입니다.”

무히카 대통령은 지난 6월 브라질 ‘리우+20’에서도 세계 각국 지도자들 대부분이 “소비를 통한 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면 세상이 끝장날 듯이 맹목적인 집착에 사로잡혀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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