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 2
조선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는 정말 분주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소녀가 생전 처음 외국으로 보내는 편지를 썻답니다. 그 편지는 감사편지인데, 보통 편지와는 다릅니다. 소녀는 학교라는 곳에 다녀 본 적이 없습니다. 또 편지 쓰기가 소녀에게는 무척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이지요.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이 조선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의 두 손과 한쪽 발은 동상으로 모두 절제 되었지요. 오늘 소녀는 병원 바닦에 상을 펴놓고 앉아 정말 근엄하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양 미간을 찌푸렸다 폈다가 눈썹을 들었나 놨다 하면서 말이죠. 연필은 자꾸 미끄러져 버리고, 글씨는 삐뚤빼뚤 똑바로 쓰기가 잘 되질 않지요. 한참만에 한 자가 완성되었습니다.
다 쓰고 나니, 족히 1미터나 되는 긴 편지입니다. 위에서 부터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조선식으로 썻습니다. 편지 전체 내용을 다 옮겨 드려야 하는데, 여기선 조금만 전해 드립니다.
“대한의 땅, 양력 세번째 달, 첫번째 달 (3월1일), 1910년.
우리를 사랑하시는 부인에게…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건강하시지요? 가정 두루 안녕하시고요? 옥분이는 세례를 받았어요. 세례명은 ‘애나 송’이랍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선하신 은총을 누리며, 대한의 땅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불평할 게 없답니다.”
사진을 보시면 조선의 글씨로 써진 세 줄의 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하다는 글귀는 자리가 없어서 인쇄를 하지 못했습니다. 편지를 다 쓰자 옥분이가 지쳤나 봅니다. 그도 그럴것이 연필을 손이 없는 두 팔에 묶은 다음, 그것을 꼭 붙들고 써야 하니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쉬고 있는데, 간호사가 소녀에게 옵니다.
“얘야, 편지 어떻게 잘 되가니?”
“아 네, 하나는 다 썻어요. 부인, 읽을 수 있으시겠어요?”
간호사가 편지를 받아 읽어 보고는, 반쯤 돌아서서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누구든지 우리의 행복한 소녀를 만나 이야기 하면, 그녀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그득하게 비치는 화사한 기운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면 목이 메어오고, 눈물이 흐르게 되고, 옥분이 몰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게 되는 겁니다. 간호사도 압니다. 소녀가 정성을 다해 쓴 귀한 편지라는 것을요. 두 손이 있는 사람들이 쓴 그 어느 편지보다 말입니다.
“물론이고 말고, 애나. 이쁘게도 썻구나. 잘했다. 이제 오늘은 좀 쉬는 게 어떻까?”
“그런데요, 저 이쁜 비단 퀼트담요를 보내 주신 다른 부인들께도 편지를 써야 하는데요.”
“아, 그래! 근데, 그건 나중에 하도록 하고. 지금은 바깥 나들이 할 시간이라서 그래. 바깥 날씨가 차갑지만, 맑고 상쾌하구나. 자, 산책을 나갔다 저녁도 먹고 좀 쉬자꾸나. 그리고 나서, 좀 기분이 좋아지면 진료 대기실에 가도 좋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애나는 몸은 아직 허약한 상태입니다. 간호사 말에 명량한 애나의 얼굴. 언제나 우리의 제일 행복한 소녀입니다.
“정말요! 아, 신난다. 의사 선생님께서 오늘 저더러 불쌍한 사람들에게 가지 못하게 하실까봐 좀 걱정했는데. 그래서 선생님 허락 받으려고 편지 쓸가 했어요.”
“그런게 아니라. 의사 선생님이 그냥 나에게 물어 보신거야. 네가 편지 쓰는 것 좀 쉬었다가 산책 먼저하고 저녁 식사후에 대기실에 가면 어떠냐고. 왜냐하면 오늘 성경공부 선생님이 일찍 가셔야 해서 의사 선생님이 네가 사람들을 만나주면 좋겠다고 생각 하셨나봐.”
애나가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는 바깥에 놓여 있는 이쁜 휠체어를 힐끔 보게 되었습니다. 그 휠체어는 자기 딸의 불치병이 치유함을 받은 미국의 어느 어머니께서 보내 주신 것이었습니다. 그 분은 선교지에 실린 옥분이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고 감사하는 옥분이에게 휠체어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 졌다고 합니다. 휠체어는 튼튼하고 가볍고 크기도 애나에게 꼭 맞았습니다. 애나가 얼마나 끔직이 자기의 휠체어를 아끼고 아끼는지. 값비싸고 멋드러진 자동차를 소유한 미국의 어느 백만장자도 부럽지 않습니다.
소녀가 휠체어에 앉았습니다. 미국의 어느 부인이 선교 목적으로 만든 비단 이불 퀼트담요로 의자가 꾸며져 있고 어느 감리교 지부가 조선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을 위해 구입해서 보내 준 것입니다. 휠체어 산책에서 돌아와 소녀는 간호사가 가져다 준 저녁을 먹습니다. 침대에서 쉴 시간인데, 애나는 병원 진료 대기실 한쪽 구석에 앉아 있고 많은 여자들이 그녀를 둘러 쌓고 앉아 있습니다. 그 여자들은 대개 지역 주민들인데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아기들이 울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가운데, 애나는 능숙하게 팔로 성경책을 펴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요한1서 4장의 말씀을 찾아 읽어 줍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아나니.”
애나가 사람들에게 자기가 어려서부터 겪은 고통과 역경에서 시작해, 그녀가 이 작은 여성해외선교회 병원에서 경험한 사랑, 간호,도움, 보호, 기쁨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그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가난하고 천대받는 여성들입니다. 그런 가운데 어떤 사람이 말합니다.
“저런! 그것 참 웃기는 얘기네요. 이 기독교 의사라는 사람들이 소녀의 두 손과 발을 고쳐주고, 이렇게 돌보아 주고, 또 가르쳐 준 것이, 모두 그들이 믿는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때문이라는 거예요? 그들의 종교에는 분명 조선에 있는 우리 종교와 다른 무엇이 있는 거네요.”
“그래요. 맞아요. 난 말이예요, 저 의사들이 소녀의 손을 자를 때 쓴 칼을 갖고 소녀의 심장을 찔렀으면 성가신 일도 줄이고 돈도 절약했을텐데 왜 그렇게 않했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쨋든 말도 않돼는 종교네요. 그런데 저 소녀가 말하는 것 좀 봐요. 눈에서 빛이 나잖아요. 볼따귀는 둥글고 복스럽잖아요. 두 손 모두 없고 한 쪽 발도 없는데… 내가 볼땐 여기서 두 손 두 발 다 있는 우리들 중 어느 누구보다도 더 행복하게 보여요.”
“이 종교가 제일인 것 같아요. 저 소녀가 뭐라고 말하는 거지요? 잘 들리지 않는데, 누가 좀 말해봐요.”
“쉬, 조용히 좀 해요! 소녀가 말하고 있잖아요.”
행복한 소녀는 낭랑한 막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의 여성 여러분. 왜 그런지 궁금하시지요? 그 이유는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시기 때문이랍니다. 이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여러분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드리신 것이랍니다. 여러분, 교회에 가셔서 무릎을 꿇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를 드려 보세요. 여러분이 저지른 더러운 죄 때문에 죄송하다고 말해 보세요. 마음 속에 있는 모든 죄 말이예요. 그리고 죄에 물든 마음이 바위처럼 무겁다고 말이예요. 그리고 하나님께 부탁하세요. 죄를 걷어가 달라고요. 그러면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실겁니다. 하나님은 모든 걸 희고 깨끗하게 해 주실 거예요. 바위 같이 무거웠던 마음은 새털처럼 가벼워 질 것입니다. 또 이 세상 살 동안 삶은 행복해 지고요. 또 있어요. 여러분이 죽으면 말이예요…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데리고 가셔서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위해 지으신 아름 다운 집에 그리스도와 함께 살게 해 주실거예요. 모든 아픔은 다 사라질겁니다. 여러분! 지금 와서 기도하세요! 하실 수 있으면 교회에 가세요. 하실 수 없으면 지금 여기서 기도하세요. 하나님 아버지께서 여러분의 마음을 당장 씻어 주실 거예요. 기쁨과 평화가 늘 있을 겁니다. 예수님이 기다리십니다. 제가 찬양을 하겠습니다. 모두 무릎을 꿇고 기도합시다. “
애나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찬송을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죄를 씻기는 예수의 피 밖에 없네. 내 안을 정케 하기는 예수의 피 밖에 없네.”
노래가 그치고 방 안에 있든 불쌍하고 버림받은 여성들은 눈물을 훔치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내일 또 올께요. 더 듣고 싶어요. 노래를 더 불러 주세요.”
소녀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찬송을 불러 주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의사 선생님이 진료실로 마지막 환자를 불렀습니다. 그러니까 의사 선생님이 환자들을 볼 동안 이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입니다. 소녀는 한쪽 다리를 하고 목발을 두 팔로 의지한 채 일어 섰습니다.
“누가 그리스도를 더 알기 원하세요? 손 들어 보세요!”
여기 저기서 손을 들었습니다. 애나가 고개를 숙여 이렇게 기도합니다.
“예수님, 여기 당신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두 힘들고 지친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당신을 알길 원합니다. 지금 도와 주세요. 그들을 가르쳐 주세요. 저를 가르쳐 주신 것 처럼요. 아멘.”
간호사가 복도로 들어 왔습니다. 잠 잘 시간이 되었다며 애나를 병실로 인도합니다. 병실에 의사 선생님께 몇 말씀을 듣고, 저녁 기도를 한 후에 하얀 까운으로 갈아 입고 소녀는 침대에 누웁니다. 의사 선생님이 깔끔한 침대에 기대어 말씀하십니다.
“얘야, 이 조선의 땅에는 하나님께서 어느 목사 보다도 네게 더 많은 영혼을 보내주시는구나. 하나님께서 너를 축복해 주시길 기도한다. 널 언제나 당신 곁에 가까이서 지켜 주심을 믿는다.”
다음날 소녀는 다시 감사 편지를 씁니다. 애나의 삶은 평강과 감사 속에 이렇게 매일 매일 계속됩니다. 힘들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습니다. 소녀의 몸은 튼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조선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휠체어, 비단 퀼트 담요, 물질적 지원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애나에게 충만하게 물질로 도움을 주셨답니다. 저희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위대한 조선의 땅에 애나가 이 병원에서 받은 사랑과 구제가 필요한 소녀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행복한 마음으로 애나와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은 전편 “조선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의 후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며 조선의 많은 소녀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에 계신 기독교인인 당신이 이 소녀들을 행복한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형제들아, 네가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 (마태복음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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