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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 1
“날 찾았었니?”
선교사는 자기를 쳐다 보고 있는 상기된 황갈색의 얼굴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선교사를 찾은 사람은 14살 조선의 소녀 옥분이였다. 소녀는 마루에 앉아 있었다. 선교사는 병원문을 닫고 소녀 옆에 가서 앉았다.
“옥분아, 그래 얘기해 봐. 뭔데?”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저기요… 곧 아주머니 나라로 돌아가실 거예요?”
“그래, 그렇단다. 한 일 주 쯤 있으면.”
“그럼 저희들에게 이 크리스마스 트리하고 선물을 보내 주신 아주머니 친구들 다 만나실 거예요?”
“응.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게 하시면 다 만나겠지!”
“그럼요… 저기 부탁하나 드려도 돼요? 옥분이가요 감사드린다고 전해 주실래요?”
선교사는 소녀의 고운 간청에 감동을 받아 그러겠노라 했지만,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옥분아! 어떻게 하지? 내 친구들이 너를 모를텐데. 너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소녀는 재깍 답했다.
“옥분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라고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라고?”
선교사는 긴 숨을 내쉬었다.
“아냐 아냐, 옥분아. 그건 좀 그렇다. 세상은 너무 커서, 네가 거기서 제일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또 내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소녀는 여전히 해맑은 얼굴로
“뭐 그럼… 음, 조선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 그래요 이게 좋겠어요. 오늘 제가 사는 이 나라에서는 저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는 거여요.”
소녀의 야무지게 다문 입술과 상기된 얼굴을 보며 선교사는 경탄을 감출 수 없었다. 만일 우리 주 하나님께서 이 순간 이자리에 함께 계셨더라면 뭐라고 말씀하셨을까. “내가 온 이스라엘에서 이보다 더 큰 마음을 만나보지 못했노라!”고 하시지 않으셨을까.
선교사의 눈앞에 짧지만 험난한 소녀의 삶의 굴곡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옥분이는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에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배고픔과 추위는 언제나 따라다니는 친구였다. 훗날 부잣집에 몸종으로 팔려갔다. 대신, 소녀의 부모는 음식을 받아 허기진 소녀의 동생들의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허기와 추위 친구외에 다른 친구들이 더 생겼다. 고된 노동과 구타였다. 혹독하게도 추운 어느날, 두 손과 한쪽 발에 동상이 걸렸다. 동상의 고통이 그 무거운 삶의 무게에 더하여 졌다. 몇달 후,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주인은 그녀를 서양 의사에게 데려와 “저 서양 의사가 널 빨리 낳게 해 줄터이니, 이용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라” 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작은 병원에 도착하자 소녀는 서양 여자들을 보고 겁이 났다. 하지만, 너무 아프고 곤하여 신경 쓸 기력도 없이, 소녀는 웃길 만큼 이상한 물건 위에서 눈처럼 하얀 이불에 덮여 잠이 들어 버렸다. 서양 사람들은 그 웃긴 물건을 침대라고 불렀다. 다음날 눈을 뜨고 소녀는 마음이 편안함을 느꼈다. 음식, 따뜻함, 부드러운 말씨, “그래”하며 받아주는 태도, 상냥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건네는 미소 등. 소녀는 자기 주인이 언제 자기를 찾아올건지 궁금해 졌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 묶으면서 회복할 때까지 주인은 아주 아주 오래 오래 소녀를 찾지 않을 거라고. 아프고 지친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다 잘 될거야.”
그리고는 모든 걸 운명에 맡기고 체념했다. 지금보다 좋으면 좋았지 더 나빠지진 않을거라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여덟 달이 훌쩍 지났다. 고열에 시달리는 날도 많았지만 마음은 훨씬 편한 날들이었다. 고통은 줄어들었다. 여러번 소녀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약” 때문에 잠에 빠져 버렸다. 소녀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의사 선생님과 간호원이 이렇게 말했다.
“옥분아, 이제 훨씬 좋아질거야. 우리가 동상 걸린 네 손과 발을 고쳐 놓았어.”
그런데 어찌된 건지, 손과 발은 금방 다시 아파왔다. 소녀는 매일 매일 해야 하는 드레싱이라는 소독치료가 끔찍하리만큼 무서웠다. 미국 간호사가 와서 소녀의 손과 발을 잡아주곤 했다. 소녀는 그 간호사를 병원 부인(ping-in pou-in)이라고 불렀다. 그러면 엉엉 큰소리로 울지 않았다. 소녀는 입술을 꼭 다문 채 끙끙 신음만 하며 치료를 잘도 참아냈다.
선교사도 소녀의 그 아픈 두 손과 발을 붙들어 준 적이 있었다. 그때 일이 기억에 떠오르자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기억이 났다. 나중에 자신이 아파서 서울을 급작스럽게 떠나야 했고, 다시 조금 건강해져 돌아와 병원을 처음 방문하던 날 등.
9월의 어느 날. 햇볕을 받으며 앉아 있는 옥분이는 훨씬 건강해 보였다. 소녀는 작게 명랑한 목소리로 흥얼대며 손이 없는 두 팔과 발이 없는 한쪽 다리를 들어 보였다.
“아주머니, 보세요. 아주머니가 가시고 나서, 의사 선생님이 내 아픔을 다 잘라내 주셨어요.”
소녀는 그녀에게 이제는 더 이상 소독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말하고 싶었다. 그런 소녀를 모습에 선교사는 다시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그 때가 9월이었으니까 3개월이 지난 지금은 1906년 12월. 12월24일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감리교성공회교회의 외국인여성선교사회가 있는 작은 병원. 모두들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었다. 주변에 선물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자그만 크리스마스 트리가 한쪽 구석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선교사는 자신의 눈을 뚤어다지게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을 보았다. 소녀에게 다가가 웃으면서 미안하다는 듯이 말을 건냈다.
“옥분아. 네가 전에 말했던 걸 생각해 봤는데… 그래, 내 친구들에게 조선에서 제일로 행복한 소녀가 감사하다고 그런다고 말할께. 그런데 말이다. 네가 왜 제일 행복한지 말해주면 내가 친구들에게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잠시 옥분이가 눈썹을 찡그리며 곰곰히 생각하더니 환한 얼굴로 말했다.
“좋아요. 쉬워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그거 잘 됐네. 내게 말해 주겠니? 자, 그럼 내가 하나 둘하고 세어볼께 말해보렴. 제일 처음이 뭔데?”
“왜냐고요? 음… 제가 제일로 행복한 처음 이유는요… 아픈 고통이 다 떠나갔기 때문이예요.”
“하나”
“아, 맞아요! 한번도 얻어 맞은 적이 없어요 여기 와서는요.”
“둘”
선교사는 목에 뭔가가 걸리는 것 같았다.
“음, 또… 여기 와서는요 한번도 배고픈 적이 없었어요.”
“셋”
선교사는 목이 메여 왔다. 침을 삼킬 수 없었다.
“그리고… 맞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제가 그 사람들에게 정말 돌아가지 않아도 되고 여기서 오래 오래 살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넷.”
선교사는 생각했다. 시설도 남루하고, 사람들로 득실거리고, 불편하기만 한 병원이 한 영혼에겐 영원한 집이 되다니. 머리속에 그런 그림을 그려보았다.
“아, 그리고 이걸 까먹으면 않돼요. 하나 더 있어요. 크리스마스 트리요. 그처럼 이쁜 것 본적이 없어요.”
“다섯.”
선교사는 일곱개의 금장식이 달려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다 보았다. 그것은 다른 나무들을 자르고 남은 것이었다. 선교사는 미국에 있는 자기 여동생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저 나무 하나로만 만족해야 한다면 뭐라고 말할지 궁금해 졌다. 자기 앞에 앉아 있는 소녀을 다시 보았다. 옥분이는 잠잠했다. 슬프지 않은 듯 한데, 눈은 눈물을 머금어 빛이 나고 있었다.
“옥분아, 왜 그래? 다 말한거야?”
“아니요. 하나 더 있어요. 제일 마지막으로요. 아줌마도 아시잖아요? 있잖아요… 사람들이 제가 예수님께 기도하면, 예수님께서 제 죄를 걷어가 주신다고 했어요. 예수님이 두 손과 두 발 모두 있는 사람들한테 하신 것 처럼요. 사람들이 그러는데요 예수님이 저도 사랑하신데요. 두 손이 없고 발도 하나 밖에 없는 옥분이를 말이예요! 그래서 저는 기도 드렸어요. 그랬더니 예수님이 정말 그렇게 해 주셨어요. 예수님께서 제 죄를 전부 거둬가 주셨어요. 예수님은 절 사랑하세요. 내 맘속에 그걸 느껴요. 이게 다예요. 이제 아주머니 친구들에게 말하실 수 있죠? 아주머니, 저는 정말요 조선에서 제일로 행복한 여자 아이예요! 친구분들께 꼭 말씀해 주세요. 옥분이가 감사드린다고요. 꼭요, 네?”
선교사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는 메인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그래, 옥분아. 내가 가서 꼭 말할께. 하나님께서 널 축복하시길 기도한다. 말할께, 가서 꼭 말할께.”
문 밖에서 선교사는 숨을 내쉬었다. 눈에 맺혔던 눈물이 흘러 눈 내린 땅 위로 떨어졌다.
“오, 하나님. 건강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제발 제가 사람들에게 조선에서 제일 행복한 이 소녀 이야기를 할 기회를 허락해 주소서.” 하나님께서 선교사의 기도를 들어 주셨다. 선교사는 그 소녀 이야기를 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하고 있다. 그들은 듣고 있다, 옥분아. 옥분아, 너는 절대로 헛되이 살지도 헛되고 고통 받지도 않았단다. 너의 “감사”가 널리 널리 퍼져 나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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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는 정말 분주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소녀가 생전 처음 외국으로 보내는 편지를 썻답니다. 그 편지는 감사편지인데, 보통 편지와는 다릅니다. 소녀는 학교라는 곳에 다녀 본 적이 없습니다. 또 편지 쓰기가 소녀에게는 무척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이지요.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이 조선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의 두 손과 한쪽 발은 동상으로 모두 절제 되었지요. 오늘 소녀는 병원 바닦에 상을 펴놓고 앉아 정말 근엄하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양 미간을 찌푸렸다 폈다가 눈썹을 들었나 놨다 하면서 말이죠. 연필은 자꾸 미끄러져 버리고, 글씨는 삐뚤빼뚤 똑바로 쓰기가 잘 되질 않지요. 한참만에 한 자가 완성되었습니다.
다 쓰고 나니, 족히 1미터나 되는 긴 편지입니다. 위에서 부터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조선식으로 썻습니다. 편지 전체 내용을 다 옮겨 드려야 하는데, 여기선 조금만 전해 드립니다.
“대한의 땅, 양력 세번째 달, 첫번째 달 (3월1일), 1910년.
우리를 사랑하시는 부인에게…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건강하시지요? 가정 두루 안녕하시고요? 옥분이는 세례를 받았어요. 세례명은 ‘애나 송’이랍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선하신 은총을 누리며, 대한의 땅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불평할 게 없답니다.”
사진을 보시면 조선의 글씨로 써진 세 줄의 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하다는 글귀는 자리가 없어서 인쇄를 하지 못했습니다. 편지를 다 쓰자 옥분이가 지쳤나 봅니다. 그도 그럴것이 연필을 손이 없는 두 팔에 묶은 다음, 그것을 꼭 붙들고 써야 하니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쉬고 있는데, 간호사가 소녀에게 옵니다.
“얘야, 편지 어떻게 잘 되가니?”
“아 네, 하나는 다 썻어요. 부인, 읽을 수 있으시겠어요?”
간호사가 편지를 받아 읽어 보고는, 반쯤 돌아서서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누구든지 우리의 행복한 소녀를 만나 이야기 하면, 그녀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그득하게 비치는 화사한 기운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면 목이 메어오고, 눈물이 흐르게 되고, 옥분이 몰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게 되는 겁니다. 간호사도 압니다. 소녀가 정성을 다해 쓴 귀한 편지라는 것을요. 두 손이 있는 사람들이 쓴 그 어느 편지보다 말입니다.
“물론이고 말고, 애나. 이쁘게도 썻구나. 잘했다. 이제 오늘은 좀 쉬는 게 어떻까?”
“그런데요, 저 이쁜 비단 퀼트담요를 보내 주신 다른 부인들께도 편지를 써야 하는데요.”
“아, 그래! 근데, 그건 나중에 하도록 하고. 지금은 바깥 나들이 할 시간이라서 그래. 바깥 날씨가 차갑지만, 맑고 상쾌하구나. 자, 산책을 나갔다 저녁도 먹고 좀 쉬자꾸나. 그리고 나서, 좀 기분이 좋아지면 진료 대기실에 가도 좋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애나는 몸은 아직 허약한 상태입니다. 간호사 말에 명량한 애나의 얼굴. 언제나 우리의 제일 행복한 소녀입니다.
“정말요! 아, 신난다. 의사 선생님께서 오늘 저더러 불쌍한 사람들에게 가지 못하게 하실까봐 좀 걱정했는데. 그래서 선생님 허락 받으려고 편지 쓸가 했어요.”
“그런게 아니라. 의사 선생님이 그냥 나에게 물어 보신거야. 네가 편지 쓰는 것 좀 쉬었다가 산책 먼저하고 저녁 식사후에 대기실에 가면 어떠냐고. 왜냐하면 오늘 성경공부 선생님이 일찍 가셔야 해서 의사 선생님이 네가 사람들을 만나주면 좋겠다고 생각 하셨나봐.”
애나가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는 바깥에 놓여 있는 이쁜 휠체어를 힐끔 보게 되었습니다. 그 휠체어는 자기 딸의 불치병이 치유함을 받은 미국의 어느 어머니께서 보내 주신 것이었습니다. 그 분은 선교지에 실린 옥분이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고 감사하는 옥분이에게 휠체어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 졌다고 합니다. 휠체어는 튼튼하고 가볍고 크기도 애나에게 꼭 맞았습니다. 애나가 얼마나 끔직이 자기의 휠체어를 아끼고 아끼는지. 값비싸고 멋드러진 자동차를 소유한 미국의 어느 백만장자도 부럽지 않습니다.
소녀가 휠체어에 앉았습니다. 미국의 어느 부인이 선교 목적으로 만든 비단 이불 퀼트담요로 의자가 꾸며져 있고 어느 감리교 지부가 조선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을 위해 구입해서 보내 준 것입니다. 휠체어 산책에서 돌아와 소녀는 간호사가 가져다 준 저녁을 먹습니다. 침대에서 쉴 시간인데, 애나는 병원 진료 대기실 한쪽 구석에 앉아 있고 많은 여자들이 그녀를 둘러 쌓고 앉아 있습니다. 그 여자들은 대개 지역 주민들인데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아기들이 울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가운데, 애나는 능숙하게 팔로 성경책을 펴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요한1서 4장의 말씀을 찾아 읽어 줍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아나니.”
애나가 사람들에게 자기가 어려서부터 겪은 고통과 역경에서 시작해, 그녀가 이 작은 여성해외선교회 병원에서 경험한 사랑, 간호,도움, 보호, 기쁨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그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가난하고 천대받는 여성들입니다. 그런 가운데 어떤 사람이 말합니다.
“저런! 그것 참 웃기는 얘기네요. 이 기독교 의사라는 사람들이 소녀의 두 손과 발을 고쳐주고, 이렇게 돌보아 주고, 또 가르쳐 준 것이, 모두 그들이 믿는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때문이라는 거예요? 그들의 종교에는 분명 조선에 있는 우리 종교와 다른 무엇이 있는 거네요.”
“그래요. 맞아요. 난 말이예요, 저 의사들이 소녀의 손을 자를 때 쓴 칼을 갖고 소녀의 심장을 찔렀으면 성가신 일도 줄이고 돈도 절약했을텐데 왜 그렇게 않했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쨋든 말도 않돼는 종교네요. 그런데 저 소녀가 말하는 것 좀 봐요. 눈에서 빛이 나잖아요. 볼따귀는 둥글고 복스럽잖아요. 두 손 모두 없고 한 쪽 발도 없는데… 내가 볼땐 여기서 두 손 두 발 다 있는 우리들 중 어느 누구보다도 더 행복하게 보여요.”
“이 종교가 제일인 것 같아요. 저 소녀가 뭐라고 말하는 거지요? 잘 들리지 않는데, 누가 좀 말해봐요.”
“쉬, 조용히 좀 해요! 소녀가 말하고 있잖아요.”
행복한 소녀는 낭랑한 막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의 여성 여러분. 왜 그런지 궁금하시지요? 그 이유는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시기 때문이랍니다. 이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여러분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드리신 것이랍니다. 여러분, 교회에 가셔서 무릎을 꿇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를 드려 보세요. 여러분이 저지른 더러운 죄 때문에 죄송하다고 말해 보세요. 마음 속에 있는 모든 죄 말이예요. 그리고 죄에 물든 마음이 바위처럼 무겁다고 말이예요. 그리고 하나님께 부탁하세요. 죄를 걷어가 달라고요. 그러면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실겁니다. 하나님은 모든 걸 희고 깨끗하게 해 주실 거예요. 바위 같이 무거웠던 마음은 새털처럼 가벼워 질 것입니다. 또 이 세상 살 동안 삶은 행복해 지고요. 또 있어요. 여러분이 죽으면 말이예요…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데리고 가셔서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위해 지으신 아름 다운 집에 그리스도와 함께 살게 해 주실거예요. 모든 아픔은 다 사라질겁니다. 여러분! 지금 와서 기도하세요! 하실 수 있으면 교회에 가세요. 하실 수 없으면 지금 여기서 기도하세요. 하나님 아버지께서 여러분의 마음을 당장 씻어 주실 거예요. 기쁨과 평화가 늘 있을 겁니다. 예수님이 기다리십니다. 제가 찬양을 하겠습니다. 모두 무릎을 꿇고 기도합시다. “
애나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찬송을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죄를 씻기는 예수의 피 밖에 없네. 내 안을 정케 하기는 예수의 피 밖에 없네.”
노래가 그치고 방 안에 있든 불쌍하고 버림받은 여성들은 눈물을 훔치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내일 또 올께요. 더 듣고 싶어요. 노래를 더 불러 주세요.”
소녀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찬송을 불러 주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의사 선생님이 진료실로 마지막 환자를 불렀습니다. 그러니까 의사 선생님이 환자들을 볼 동안 이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입니다. 소녀는 한쪽 다리를 하고 목발을 두 팔로 의지한 채 일어 섰습니다.
“누가 그리스도를 더 알기 원하세요? 손 들어 보세요!”
여기 저기서 손을 들었습니다. 애나가 고개를 숙여 이렇게 기도합니다.
“예수님, 여기 당신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두 힘들고 지친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당신을 알길 원합니다. 지금 도와 주세요. 그들을 가르쳐 주세요. 저를 가르쳐 주신 것 처럼요. 아멘.”
간호사가 복도로 들어 왔습니다. 잠 잘 시간이 되었다며 애나를 병실로 인도합니다. 병실에 의사 선생님께 몇 말씀을 듣고, 저녁 기도를 한 후에 하얀 까운으로 갈아 입고 소녀는 침대에 누웁니다. 의사 선생님이 깔끔한 침대에 기대어 말씀하십니다.
“얘야, 이 조선의 땅에는 하나님께서 어느 목사 보다도 네게 더 많은 영혼을 보내주시는구나. 하나님께서 너를 축복해 주시길 기도한다. 널 언제나 당신 곁에 가까이서 지켜 주심을 믿는다.”
다음날 소녀는 다시 감사 편지를 씁니다. 애나의 삶은 평강과 감사 속에 이렇게 매일 매일 계속됩니다. 힘들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습니다. 소녀의 몸은 튼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조선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휠체어, 비단 퀼트 담요, 물질적 지원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애나에게 충만하게 물질로 도움을 주셨답니다. 저희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위대한 조선의 땅에 애나가 이 병원에서 받은 사랑과 구제가 필요한 소녀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행복한 마음으로 애나와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은 전편 “조선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의 후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며 조선의 많은 소녀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에 계신 기독교인인 당신이 이 소녀들을 행복한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형제들아, 네가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 (마태복음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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