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가 신기원, 기사 나간 뒤 몸살

[Why] [Why? 그 후] 관상가 신기원, 기사 나간 뒤 몸살

  • 이길성 기자
  • 입력 : 2013.11.30 03:04

    청년 실업자들 관상 보러 많이 왔는데 답답하더라 
    자기 인생 개척할 생각도 않고, 財福 뜻도 모르고… 

    "인터뷰 보도 후 손님 장사진, 스트레스 심해 열흘 앓았어 
    집사람이 내게 경고하데 한번만 더 인터뷰하면 산으로 들어가버리겠다고"

    
 관상가 신기원
     기자와 인터뷰 중인 신기원 선생. 그는 이 인터뷰에서 “타고난 관상은 변하지 않으며 사람은 생긴 대로 살게 돼 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DB
    관상가 신기원(74) 선생의 몸이 편찮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안부전화를 했습니다. 'Why?'에 그의 인터뷰가 나간 것이 지난 9월 28일. 영화 '관상'의 흥행을 계기로, 우리 시대 대표 관상가인 그가 말하는 진짜 관상의 세계를 전하는 기사였습니다.

    신기원 선생은 출타 중이었고, 선생의 부인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손님이 너무 몰리는 바람에 선생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10월 중순에 한 열흘 문을 닫고 요양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아침에 현관문을 열었더니 사람들이 아파트 복도 저쪽 엘리베이터까지 줄을 서 있더랍니다. "하루 종일 사람들이 몰려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죠. 그렇게 한 보름 지나니 남편이 '숨이 가빠서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받던 손님도 그 뒤로는 오후 2시까지만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하루 20명이 넘어서 마지막 손님을 돌려보내고 나면, 오후 8시가 훌쩍 넘는다는군요. 신 선생의 부인은 "한 번만 더 인터뷰 같은 걸 하면 산속에 들어가 버리겠다"고 엄포를 놨다고 합니다. 요즘도 한약으로 만든 안정제를 복용한다는 신 선생은 관상을 보는 시간을 하루 2시간 정도로 줄이는 걸 고민 중이랍니다.
    
 관상가 신기원
    "관상을 보러 오는 사람 열에 여덟은 (뭔가) 안 돼서 오는 사람들이에요. 하루 종일 그런 사람을 상대하고 있자니 스트레스가 안 생기겠어요?" 그런 부인의 설명에도 선뜻 이해가 안 됐습니다. 관상가로서 신 선생의 이력은 올해로 거의 50년입니다. 국내에서 손님이 가장 많은 관상가 중 한 명으로, 별의별 손님을 다 겪었을 그가 손님 때문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다니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 어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왔느냐"고 물었습니다. 중년 가장이나 주부가 아닐까 짐작했지만, 몰려온 손님 중 대부분은 청년 실업자 특히 젊은 남성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젊은이들은 나이 지긋한 손님들에 비해 말귀를 못 알아 듣는 경우가 많고 마음의 여유가 없이 각박하다는군요.

    부인의 전언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관상을 보러 오는 게 아니에요. 아예 '나는 뭘 해먹으면 좋겠느냐'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달라는 식이에요. 자기 운명을 자기가 개척을 해야지, 관상가가 개척해주지는 못하잖아요. 그렇다고 손님한테 '안 된다'고 냉정하게 자르는 건 못할 일이고…. 알아듣게 설명하려니 진이 빠져버린 것 같아요." 바둑에 비유하자면 각자 타고난 삶의 포석(布石)을 들려주는 게 관상가의 역할일진대, 아예 행마(行馬)와 사활(死活)의 수순까지 일일이 알려달라고 물고 늘어지니 답답한 노릇이겠죠. 며칠 전에는 "사회생활을 하는데 자꾸 사람들과 부딪힌다. 도대체 내 얼굴 어디에 그런 게 씌어 있느냐"고 따지듯 캐묻는 젊은이 때문에 선생이 애를 먹은 일도 있었답니다.

    젊은 사람들의 짧은 교양과 어휘력 때문에 신기원 선생의 말문이 막히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예컨대 '재복(財福)'이라는 말조차 모르는 젊은이가 적잖다네요. 돈과는 인연이 없는 관상인데 무조건 사업을 벌이겠다는 청년에게 신 선생이 "자넨, 재복이 없어"라고 하는데 "재복이 뭐예요?"라고 되묻는 식이라는 겁니다.

    "재복이라는 단어조차 하나하나 설명을 해야 하니 관상을 보는 게 무슨 재미나 보람이 있겠어요." 너무 말을 못 알아듣고 엉뚱한 소리를 하면 끝내 호통을 치는데 그걸 듣는 손님도 기분이 좋을 리 없겠죠. "그러면 '뭐 이런 게 있어!'라며 대놓고 불쾌해해요." 신 선생 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산전수전 다 겪은 당대의 관상가도 청년 실업이라는 시대의 파도 앞에 그저 무기력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omments

    metamorphosis said…
    2014년 6월 30일부로 사무실을 광진구 구의동에 여셨습니다. 주소는 광진구 구의동 251-32입니다. 방문시에는 전화드리고 가셔면 됩니다.